'백련'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07.22 충남 당진 신평양조장_찾아가는 양조장

강원도 정선에 있는 회사에 5년정도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 시기에 정선 곤드레 막걸리를 알게 되었는데 쌀먹걸리의 부드러운 맛과 쌉쌀한 곤드레가 만나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래서 서울에 친구들 만나러 갈 일이 있으면 한 박스씩 사가서 친구들에게도 선보이곤 했었는데, 그렇게 곤드레 먹거리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던 어느날 이렇게 맛있는 막걸리를 만드는 곳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공장 주소를 검색하여 찾아가 보았다. "맥주는 맥주 공장 굴뚝 아래서 가장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물론 맥주는 아니지만 내가 사랑하는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에 가서 그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모습도 보고 거기서 가장 신선한 상태의 막걸리도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찾은 곤드레 막걸리 양조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외부인에게 공장 견학은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실망 하고는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최근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찾아가는 양조장> 이라는것을 지정해서 홍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국에 있는 전통주 양조장 중에서 직접 찾아가서 공장 견학이나 체험, 그리고 시음과 판매를 하는 곳을 지정해서 지역의 관광과 연계한 체험관광으로 발전 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계획인가.

 

https://www.google.com/maps/d/viewer?ll=36.4802133972582%2C126.56205107654637&z=7&mid=1pq_q2ccBJ7vqn9l2dNlbQ4zp9sJlwFIx

 

위의 링크는 2018년 까지 지정된 찾아가는 양조장 34곳의 지도이다. 마침 충남 서산에 볼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저 지도를 참고해서 서산에서 가장 가까운 충남 당진 신평 양조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신평 양조장은 1933년에 문을 열었으며 올해 85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에 하나라고 한다. 신평양조장의 新平은 새로운 들판이라는 뜻으로, 신평 백련 막걸리는 충남 당진의 간척지 평야인 당진 해나루 쌀과 예로부터 정화의 의미가 있는 백련잎을 넣어 만든 막걸리 이다.

양조장을 방문해 보니 한옥 고택과 새로지은 양조장, 그리고 체험관이 함께 어우러져서 그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미리 신청을 하면 막걸리 빚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신평 양조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간단한 전시물도 볼 수 있었다.

 

 

시음과 판매를 하는 곳에서 시음을 해보았다.

오른쪽이 가장 대중적인 <백련막걸리 snow>, 그 옆이 고급 막걸리인 <백련 생막걸리 misty>, 그리고 그 옆은 청주인 <백련 맑은술>, 가장 왼쪽에 마지막 술은  백련 생막걸리 misty를 수출용으로 살균한 <백련 막걸리 misty>이다.

 

플라스틱 통에 든 백련막걸리 snow는 가장 일반적으로 팔리는 막걸리이니 만큼 가격이 저렴했다.(양조장 판매가 1천2백원)

100% 국내산 쌀로 만든 막걸리의 가격이 저렇게 저렴할 수 있다니 놀라울 다름이다. 다른 수입쌀로 만든 막걸리도 저 가격 이거나 더 비싼 막거리도 많은데 말이다. 물론 백련막걸리 snow는 100% 국내산 쌀로 만들지만 그 쌀이 모두 당진 해나루 쌀은 아니라고 한다.

 

백련 생막걸리 misty는 플라스틱 통에 든 막걸리의 고급 버전으로, 원가가 더 비싼 유리병을 사용하고 사용되는 쌁도 100% 당진 해나루 쌀로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 막걸리는 현대화된 양조 공장에서 만들지만, 백련 생막걸리 misty는 항아리에서 숙성 시킨다고 한다.

실제 먹어보니 일반 백련 막걸리에 비해서 백련 생막걸리 misty는 훨씬 부드럽고 향도 좋고 맛도 좋다. 알콜 도수도 조금 더 높다. 양조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3천원 이었는데, 한번 맛을 보고 나면 5천원 이상이어도 충분히 사 먹고 싶은 고급 술이었다. 다음 기회에 방문 한다면 백련 생막걸리 misty만 한박스 살 계획이다.

 

막걸리의 맑은 부분만 걸러낸 청주인 백련 맑은술도 물론 말할것도 없이 맛있는 술이어서 시음후 한병 구입 하였다. 하지만 백련 생막걸리 misty를 수출용으로 살균한 <백련 막걸리 misty>는 막걸리 고유의 탄산감은 느껴지지 않는 반면 닷맛은 더 강해서 입에 맞지 않았다. 막걸리를 아주 오래 두고 마셔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한국에 살면서 살균되지 않은 생 막걸리를 마시며 살 수 있음에 감사 드린다)

 

 

집에 돌아와 사온 막걸리로 가족들과 잔치를 벌였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술을 마시는 즐거움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즐거운 양조장 방문이었고, 다만 백련 생막걸리 misty를 더 사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다름이다.

 

나처럼 아쉬워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인터넷으로 온라인 판매도 한다고 한다. 성인 인증을 거치고 회원 가입하여 구매하면 택배로 술을 보내주고,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아이스박스에 포장해서 보내준다고 하니 은혜롭지 않을 수 없다.

 

신평 양조장은 지금 사장님에 이어서 아드님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경영에 참여 해서 3대를 이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100% 국산쌀을 사용하고, 심지어 지역 쌀을 사용하는 이런 좋은 막걸리가 더 많이 많이 팔려서 계속 양조장이 발전하고 이 맛은 그대로 유지 되었으면 좋겠다.

 

 

 

 

 

신평 양조장 바로 옆에는 아주 오래된 사진관이 있었다. 사진 촬영을 직업으로 하고 있기에 이런 오래된 사진관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다. 쇼윈도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 수십년 전 사진들인데도 굉장히 멋스럽다. 주말이라 그런지 문은 닫혀 있었지만, 만약 지금도 운영 중이고 저런 스타일의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다음에 양조장을 방문 할때는 사진 촬영도 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