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낭 총프리월에서 하루, 톤사이 라일레이 지역에서 7일, 총 8일간의 등반을 뒤로 하고 이제 피피섬으로 등반을 떠난다. 아오낭, 라일레이와 마찬가지로 끄라비 지역에 속하는 피피섬은 아오낭 해변에서 페리선을 타고 1시간 30분이 걸린다. 해변에서의 파티로 유명하고 저렴하고 강력한 바스켓 칵테일로도 유명한 관광 휴양 환락의 섬 피피로 우리는 암벽등반을 떠났다.  

아오낭-피피 페리선 시간표
숙소에 가방을 던져두고 바로 바위를 타러나간다

1. 피피섬에서의 첫째날_톤사이 타워 등반

개념도와 똑같이 생긴 바위가 페리가 도착한 해변가 바로 옆에 있다. 오늘의 목적지!
쉬운 코스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피피의 해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톤사이타워를 등반 했다. 라일레이 처름 광활한 자연이 주는 엄청난 감동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는 섬이라는 인상이다.

 

해변에서의 광란의 파티로 유명한 피피섬 이지만 우리는 등반 마치고 저녁 먹고 바로 딥 슬립!

2. 피피섬에서의 둘째날_피피섬 투어

그렇다. 우리도 사람이다. 9일 연속 쉬지 않고 하루에 10개 넘는 하드프리를 하다보니 다들 이제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의 일정은 피피섬 원데이 보트 투어. 피피섬의 아름다운 포인트를 배로 둘러 보고 무인도 해변에서 놀수 있는 시간도 주고, 스노쿨링 포인트도 데리고 가 준다. 얼마만의 휴식인지!!!!

정해진 투어 시간은 해지는 노을을 보는것 까지인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투어를 중단하고 복귀해서 바위나 타자는 의견이 접수된다. 아 무서운 사람들... 그래서 복귀해서 오후는 다시 등반을 하기로 결정.

 

이렇게 바위에 미친 사람들과 열흘째 날을 보내고, 마지막날 등반을 위해 찾은 곳은 해변에 가득한 원숭이로 유명한 힌탁월(Hin Tak) 이다.

 

힌탁월은 피피섬 최 남단 해변에 있는 바위인데, 접근할 수 있는 육로가 없어서 롱보트를 이용해 들어 가야한다. 돌아올때도 마찬가지로 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 가격 문의할때 왕복 요금으로 알아본 다음, 등반 마칠 시간을 정해서 보트 선장과 데리러 돌아올 시간을 미리 협의 해야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라 해변과 바다가 특히 더 아름답다. 그리고

이곳의 주인은 원숭이 이다. 사람을 경계 하지도 않고, 가방을 열어서 물과 음식을 너무나 편하게 가지고 간다. 심지어 너무나 당당해서 처음부터 원숭이들의 물건인 것만 같다. 지퍼를 여는 것, 물병을 따는 것 뭐 하나 못하는게 없기 때문에 음식물 보관에 각별히 유의 해야 한다. 먹던 물을 빼앗긴 일행 하나가 원숭이에게 돌을 던졌는데, 그 원숭이가 나중에 나무에서 그 친구 위로 뛰어 내려서 머리를 공격했다. 절대 원숭이를 자극하지 말도록 하자. 여기 주인은 원숭이다.

 

힌탁월은 코스가 12개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몇개는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서 볼트가 삭아 있거나 넝쿨에 덮여있고, 심지어 바위 위에 원숭이들의 집이 있는지 바위를 오르고 있는 중에 코스상의 위 부분에 원숭이 가족이 자리를 잡고 위협을 해서 중간에 하강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등반 가능한 루트는 12개 중에 6개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힌탁월에서의 등반은 아주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유는 등반 가능한 루트는 몇개 없고 돌아갈 시간은 배 선장과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에 빨리 등반을 끝냈다고 해도 그 곳을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 덕분에 태국에 와서 처음으로 여유롭게 등반을 하고, 등반 중간 중간에 충분히 쉬고, 원숭이랑 놀고, 심지어 10박11일 만에 처음으로 바닷가에서 물놀이도 하였다.

 

이렇게 4년이 지난 태국 암벽등반 여행을 뒤늦게 정리해 보았다. 이렇게 뒤늦게 여행 기록을 정리한 이유는 그 4년 사이에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겼는데, 아기와 겨울 여행으로 태국 끄라비를 염두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같이 암벽등반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같은 장소에서 아기와 물놀이 하고 모래놀이 하기 위한 여행이지만, 지난 시간 다녀온 기록이 있으면 일정을 짜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태국 끄라비 암벽등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기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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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톤사이비치와 라일레이 웨스트 사이이 자리한 덤스키친 Dum's Kitchen으로 등반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운데 우리는 바다에 발도 안담그고 바위만 바위만 탄다. 이것도 하나의 병이 아닐가 싶다.

 

덤스 키친에서 가장 유명한 루트는 사진의 개념도 상의 19번 루트인 The Lion King (6c+) 이다. 유명한 루트라는 말에 모두 한번씩 도전해 보았다.

 

사자의 옆 얼굴을 닮은 저 튀어 나온 큰 바위를 레이백으로 잘 뜯으면서 올라가면 된다. 역시나 재미있는 루트였다.

 

등반을 마치며 단체 사진도 찍고
바위에서 프리솔로로 등반 하다가 추락할때 낙하산을 펴는 클라이머도 있었다. 그만큼 여기 바위가 높고, 바위 밑은 바다라 상대적으로 안전하긴 하지만 절대 따라해 보고 싶지는 않다. 언제나 등반은 올라갈때도 안전하게, 내려올때도 안전하게!!

 

그리고 톤사이에서 라일레이 이스트로 가기 위해 넘어 갔던 산의 풍경과

어디인지 기억나지 않는 이런 저런 벽 사진들...

톤사이-라일레이 지역 등반 사진 정리가 이렇게 끝이 났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4년이나 지나서 정리를 하게 되었지만, 사진을 보니 어느 벽이었는지 어떻게 등반했는지 어디가 재미 있었고 어디가 어려웠는지 생생히 기억 나는거 보니 어지간히 즐거운 등반 이었나 보다. 하지만 여기 사진으로 정리한 벽 이외에도 사진으로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등반 했던 벽들이 훨씬 많다. 그 이유는 벽 타는게 너무 너무 재미 있으면 사진 찍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벽에만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벽들은 사진으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보니 그렇게 재미있었던 벽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여행 기록을 참고하여 새로운 톤사이 라일레이 여행을 준비 중이신 분들은 더 많은 좋은 벽들을 찾아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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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라일레이 웨스트 밑에 자리한 Thawand Wall 과 Escher Wall을 등반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라일레이 이스트와 웨스트 사이 번화가에 있는 로컬 클라이밍 샵

우선 타이완드 월에서 몇 코스를 등반 하면서 몸을 푼 다음 타이완드월 6번 코스 옆에 있는 동굴로 이동했다.

 

타이완드월 6번 코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이 풍경을 뒤로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쭉 내려가면 애쳐스월이 나온다.

 

애쳐스월 Escher Wall은 접근이 쉽지 않아서인지 우리 말고는 등반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좋았다. 다른 어떤 벽들은 관광객으로 점령 당해서 빌레이 보는것도 쉽지 않다.

에쳐스월 등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루트는 하프파이프 드림이라는 이름의 7a+ 난이도 루트였다. 긴 원통형의 바위를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그 모양이 멋있어서 선등을 시도했다가 낭패를 보았다. 다리를 180도를 넘어서 왼쪽 다리를 거의 200도 가가이 들어 올려야 손을 잡을 수 있는 동작이 나오는 코스였다. 결국 완등에 실패하고 윤길수 선생님이 완등하신 후에 바위에 퀵이 달려 있어서 간신히 완등할 수 있었다.

 

사진에 형석이가 등반중인 Best Route in Minnesota (6c) 도 아주 재미있는 루트였다. 시간이 없어서 선등을 못하고 퀵 회수를 위해 탑로핑만 해서 아주 아쉬웠다.

 

하프파이프 드림에서 온몸을 비벼서 등반을 했더니 거지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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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낭에서 롱보트를 타고 톤사이비치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오늘부터 4일간 톤사이-라일레이 지역의 바위를 등반하기 위해 톤사이 지역에 숙소를 잡았다. 레일레이 이스트와 웨스트 지역은 암벽등반과 관계 없이 바다가 깨끗하고 해변이 아름답기 때문에 고급 리조트가 많이 있고 레스토랑과 카페, 술집도 밀집되어 있다.

하지만 라일레이 웨스트 바로 옆에 자리한 톤사이 지역은 바닷물도 흐리고 해변도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숙소도 저렴하고 동네 분위기도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그래서 암벽등반을 하러 오는 클라이머들이 주로 톤사이에 있는 숙소를 이용한다. 물론 톤사이 안에도 리조트는 있지만 라일레이에 비해 저렴하고, 정말 저렴한 비용에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텐트로 이루어진 캠프도 있다.

 

우리의 숙소는 로컬 클라이밍 샵인 베이스캠프 톤사이 근처였다. 이 샵에 문의하면 빌레이 파트너도 일당을 주고 구할 수 있고, 카약과 간단한 점심 도시락이 포함된 프리솔로 다이빙을 예약 할 수도 있다.

우리의 숙소는 톤사이 안에서는 아주 훌륭한 수준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본격 등반 시작

 

숙소 옆에 있는 톤사이 구역의 파이어월로 향했다.

6a+ 정도의 난이도에서 몸을 풀다가 파이어월의 인기 루트인 7a+ (개념도상의 5번 루트인데 루트 명은 잊어버림) 를 운정 애스트로맨 센터장님이 하러 가신다기에 따라 나섰다.

동굴 속에서 동굴 천장을 뜯으면서 동굴 밖으로 돌아 나와야 하는 루트였는데, 저런 극심한 오버행에 익숙하지 않아서 나는 도무지 동작을 찾지 못해 추락하고 말았다. 산 중턱에 있는 루트라 일단 고도감이 있고, 거기에 더해서 벽 각도가 오버행을 넘어 천장을 뜯어야 하다 보니 공포가 두배로 전해졌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서는데 다른 외국 클라이머가 나와 같은 자리에서 추락하는게 보였다. 춘천 새남바위 용화산의 전설의 천장 등반을 하는 것과 동작이 비슷하니 한국에서 연습해서 언젠가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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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은 아오낭에서 롱보트를 타고 라일레이를 방문했고, 둘째날인 오늘은 아오낭 내륙에 있는 총프리 월을 등반 하기로 했다. 숙소 앞에서 태국 택시인 픽업트럭 뚝뚝을 타고 기사님에게 가이드 북에 있는 지도를 보여주고 가격을 흥정한 후 이동 하였다. 뚝뚝 기사에게 총프리월을 가자고 하면 대부분 위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지도상의 위치를 파악하는것이 좋을듯 하다. 우리는 전날 끄라비에 있는 로컬 클라이밍샵에서 가이드 북을 미리 구입하여 도움이 되었다.

 

https://goo.gl/maps/5kW7X4fjeXwAVZX88

총프리월 입구에 있는 안내판, 벽 앞에 있는 숙소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등반하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바위의 최대 높이는 45미터이고 40개가 넘는 등반 루트가 넓게 펼쳐진 바위를 따라 쭉 이어져 있다. 우리가 등반한 구역을 포함해서 크게 4개의 섹터가 있으니 모두 즐기려면 3일 정도는 필요할 듯 하다. 

아름다운 해변을 옆에둔 끄라비 해벽에 비하면 내륙에 위치한 총프리월은 주변 풍광이 심심한 느낌이다. 하지만 완등을하고 높은 벽 위에 매달려서 주변을 둘러보면 끝도 없이 펼쳐진 밀림이 보이는데 이 또한 장관이다. 암벽등반을 목적으로한 소수의 클라이머를 제외하면 근처에 사는 현지인 조차 거의 없기 때문에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고 한적한 환경에서 등반을 즐길 수 있다. 등반지는 근처에 자리한 로컬 샵에서 관리를 하는지 매우 깨끗하다.

 

 

총프리월 등반을 마치고 아오낭 숙소로 돌아올 때는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뚝뚝을 이용 하였다. 총프리월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번화가에서 처럼 대기하고 있던 뚝뚝을 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들어올때 이용했던 뚝뚝 기사님에게 등반 마칠 시간을 알려주고 그 시간에 다시 와 달라고 부탁했었다. 주변에서 등반하던 외국인들은 아오낭에서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이곳을 찾아 왔다고 했다. 인적이 드문 곳이니 등반을 마치고 돌아갈 방법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고생할 수도 있다.

 

등반을 마치고 아오낭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열흘간의 등반 중 시내 관광은 이날 저녁이 유일한 날이었다. 이날 이후는 등반 마치고 저녁 먹고 나면 다들 지쳐서 기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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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에 태국으로 10박11일 암벽등반 여행을 다녀 왔다. 태국의 건기는 11월에서 4월 사이로 한국은 겨울로 접어들어 야외 암벽등반이 힘든 이 시기가 태국에서 암벽 등반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략의 일정은 이러 하였다.

 

2/4(목): 인천국제공항-푸켓국제공항-전용차량-아오낭-SS Re

2/5(금): 아오낭-톤사이-무에타이 Wall, 1,2,3 Wall 등반-LT-아오낭-SS Re
2/6(토): 아오낭-뚝뚝-Chong Plee Wall등반-뚝뚝-아오낭-SS Re

2/7(일): 아오낭-LT-DV Re- 톤사이Wall, Fire Wall 등반-DV Re

2/8(월): 톤사이-The Keep, Hidden Worldl 등반-톤사이-DV Re

2/9(화): 톤사이-톤사이 Wall 등반-톤사이-DV Re

2/10(수): 톤사이--Escher Wall, Universe Wall, 타이완월 등반-톤사이-DV Re

2/11(목): 톤사이-배편-피피섬-CG Re-톤사이타워등반-피피-CG Re

2/12(금): 피피-피피섬투어-피피-CG Re

2/13(토): 피피-LT-힌탁월등반-LT-피피-CG Re

2/14(일): 피피-드링킹월등반-배편-빠통-푸켓국제공항HKT

2/15(월): 푸켓-인천 국제공항 도착

 

1. 등반 첫째날-라일레이 무에타이벽 등반

태국 푸켓국제공항에 도착하여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전용 미니버스를 타고 아오낭 비치의 숙소에 도착,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같이 일어나 등반을 나선다. 목적지는 라일레이의 무에타이 Wall과 123 Wall.  숙소인 스리숙산 리조트 바로 앞에 롱보트 픽업 포인트가 있어서 아침에 현장에서 표를 구하고 라일레이로 넘어갔다.

 

숙소 스리숙산 <https://goo.gl/maps/y88qN8pKoGiPaxr99>

라일레이는 아오낭 비치에서 롱보트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야한다. 처음엔 배를 타고 들어가야해서 라일레이가 섬인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산을 넘을 수 있는 터널이 없어서 차 대신 배로 들어가야 하는 내륙이었다.

끄라비는 푸켓에서 동쪽에 위치한 200여개의 섬을 포함한 지역명이고, 아오낭 해변이나 레일레이, 톤사이 심지어 피피섬도 끄라비 지역이다. 끄라비 안에는 암벽등반으로 유명한 섬이 유난히 많은데, 거의 무인도에 가까운 섬에도 암벽 등반 루트가 수백개씩 개척되어 있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그 중에서도 관광지로도 유명한 라이레이 이스트와 웨스트, 그리고 톤사이의 바위들을 등반 하기로 했다.

 

곧게 하늘로 솓은 아오낭 타워가 보이면 목적지인 라일레이비치에 거의다 온것이다.
카약을 이용해 주변 섬이나 헤벽에 접근하여 프리솔로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라일레이 이스트에 위치한 123과 무에타이벽을 찾아서 해변을 걸었다. 라일레이 웨스트와 톤사이 지역은 사진에서와 같이 바로 옆에 있다.

1,2,3 벽에 도착 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다. 그레이드가 낮은 루트가 많아서 그런지 현지 가이드를 고용해서 암벽 등반 체험 하는 초보들로 벽이 가득하다. 1,2,3 벽을 이용 하려면 끄라비 내부에 있는 라일레이 비치나 톤사이 비치 근처에 숙소를 잡고 아침 일찍 움직여야가 가능할 것 같다. 우리는 간단히 몸을 풀고 무에타이벽으로 바로 이동하였다.

 

등반을 끝내고 롱보트를 타고 다시 아오낭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오낭 내륙에 있는 Chong Plee Wall을 등반하기 위해서이다.

 

벌써 4년이 지난 여행의 기록이다 보니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겨울 다시 끄라비를 가기 위해 지난 기억을 최대한 끌어 내기 위해 이 기록을 뒤늦게 시작하게 되었다. 혹시 자유 여행을 위해 정보를 찾다가 이 글을 보시는 분은 4년전의 기억과 사진으로 작성된 글임을 감안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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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로 암벽 등반 여행을 다녀 왔다.

등반을 다녀온 뒤에 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첫째로는 다음에 다시 가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서일 것이고, 두번째로는 내가 다녀온 등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후일 등반여행을 갈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2015년 11월에 다녀온 등반을 3년 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지금에서야 정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등반을 다녀온 당시의 생각으로는 말레이시아 등반을 다시 올것 같지 않아서 였을 것이다. 말레이시아 등반을 준비하기 전 상상하던 말레이시아는 바다가 있고 밀림이 있는 동남아시아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국가였다.

하지만 바위만 사랑하는 바위쟁이들과 등반 여행을 가다보니 바다라고는 볼 수 없는 내륙 속의 바위 위주의 일정을 짜게 되었다. 우리의 등반 여행지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그 안에 우뚝 솟아 있는 커다란 바위산 바투 케이브(Batu Cave) 지역이다. 우리의 일정은 이러하였다.

 


 11/19(목) : INC 09:35 - D7 507 - 15:20 KUL -SkyBus - 숙소 Damas Suite & Res.
 11/20(금) : 호텔 - Taxi - 바투 Damai Wall 등반 - Taxi - 숙소 Damas Suite & Res.
 11/21(토) : 호텔 - Taxi - 바투 Nanyang Wall, Comic Wall 등반 - Taxi -  숙소 Damas Suite & Res.
 11/22(일) : 호텔 - Taxi - 바투 Nyamuk Wall 등반 - 숙소 Damas Suite & Res.
 11/23(월) : 호텔 - Taxi - Camp5 Rock Gym 등반 - Utama-Central
 11/24(화) : 호텔 - Taxi - KUL공항 01:00 - D7 506 - 08:00 인천 도착 

 

 

쿠알라룸푸르 도심에서 택시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바투 케이브(Batu Cave) 지역은 커다란 바위산이라 그 바위를 둘러 싸고 많은 암벽등반 루트가 개척되어있다.

이 곳 바투 케이브에 위치한 힌두사원(Ayyappa Temple Batu Caves)은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우리는 힌두 사원은 구경도 하지 않고 그 주변의 바위만 찾아 다녔다. 그 힌두사원을 중심으로 반경 5km 둘레에 규모와 높이가 다양한 여러 개의 석회암 벽들이 암벽 등반지로 개척되어 있다.

 

택시를 타고 등반지로 이동하고, 등반을 마치면 숙소로 돌아와 잠을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반복이다. 오르는 벽만 그 옆 등반지로 그 옆 등반지로 바뀔 뿐. 우리는 바투 케이브 지역에서 다마이 월(Damai Wall), 난양 월(Nanyang Wall), 코믹 월 (Comic Wall ), 냐묵 월(Nyamuk Wall)을 등반하였다.

 

 

다마이 월(Damai wall)

 

우선 첫째날 찾은 다마이월은 아주 아주 넓고 깨끗한 암벽 공원이다. 택시에서 내려서 등반 할 바위 앞까지 이동하는데 1분. 한국에서 처럼 바위를 찾아 등산을 할 필요가 없다. 평지 위에 갑자기 수직의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다마이 월은 바투 케이브 등반지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다. 확보를 보는 바닥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와 깨끗한 무료 화장실도 있다.

그야말로 공원이다. 이곳을 개척했다는 배가 나온 중년의 남성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냈다. 이곳에만 50여개의 코스가 있고 아직 개척하지 못한 좋은 바위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잘 정리된 깨끗한 공원이고 비교적 쉬운 코스가 많아서 인지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아서 등반을 즐기고 있었다. 등반을 즐기는 가족이라니.. 유치원생도 안되어 보이는 어린이들이 자연바위를 하는 모습은 그동안 쉽게 보지 못한 풍경인데, 이곳에서는 아주 많았다.

 

이곳의 11월 날씨는 우리나라 여름 날씨와 비슷하지만 오후 3시 쯤이면 어김없이 엄청난 소나기가 한두시간 정도 내린다. 비가 그친 후에도 해는 남아 있지만 바위가 젖어 있기 때문에 미끄러워서 등반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너무 더워지기 전에 새벽에 일찍 등반을 시작하고 오후에 비가오기 시작하면 그날 등반을 끝내야 한다. 

 

 

 

 

 

 

 

 

 

 

 

난양 월(Nanyang Wall)


유명한 힌두 사원인 Ayyappa Temple Batu Caves 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오른쪽 옆에 위치한 바위이다.  다마이월 처럼 넓고 많은 코스가있는 것은 아니다. 힌두교 사원의 관광을 겸해서 같이 가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우리는 관광은 하지 않고 바위만 탔다) 종유석을 이용한 등반 코스가 있어서 한국에서는 해보지 못한 동작의 등반을 하게 된다.

사원 건너편에는 맥도날드와 대형 마트가 있고, 바위 옆쪽으로는 음식점이 많이 모여있는 상점가가 있어서 등반 중이나 등반 후에 식사를 하기에도 좋다.

 

이날 오후에 난양 월(Nanyang Wall)을 등반하기 전에 오전에는 코믹월(Comic Wall) 이라는 곳을 등반 했다. 하지만 사진은 없다. 이유는 추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데, 암벽등반 루트가 개척되어 있는 벽 바로 앞으로 어떤 시설물이 있어서 높은 담벼락 있기 때문에 빌레이 볼 공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바위 주변도 깨끗하지 못하다. 코믹월을 등반 하기 보다는 차라리 오전에 Ayyappa Temple Batu Caves 힌두 사원을 관광하고, 그 후에 난양월을 등반하기를 권한다.  

오전에 등반을 하고 오후에 관광을 해도 늦지 않겠지만, 막상 등반을 해보면 땀 벅범에 흙먼지로 더러워 져서 택시를 타는것 조차 미안해 지기 때문에 사원 관광을 먼저 하고 등반을 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냐묵월 (Nyamuk Wall)

 

등반 3일차에 찾은 곳은 냐묵 월. 냐묵은 현지 말로 모기라는 뜻이다. 왜 벽 이름을 모기라고 지었겠는가. 이곳은 그야말로 공기반 모기반이다. 말을 하면 입속으로 모기가 들어오고 숨을 쉬면 코 속으로 모기가 들어온다. 온갖 모기 기피제를 바르고, 모기퇴치 팔찌도 차고, 종이로 된 계란판도 태워서 연기를 냈다. 현지 사람들이 모기 쫒을때 쓰는 방법이라고 한다. 냐묵월은 현지인들이 사는 주택가를 지나서 있는데 이렇게 모기가 많은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는지 정말로 정말로 궁금할 정도로 모기가 많다. 주택가를 지나서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타나는데 이 길을 따라서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등반지가 나온다. 바위 밑에는 주택가에서 보다 훨씬 더 많은 모기들이 모여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기가 많은데 왜 이런 곳을 찾아서 등반을 해야하는 것일까. 다마이월처럼 넓고 깨끗하고 코스가 많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건 바로 냐묵월이 다른 곳에 비해서 난이도가 높은 코스가 많기 때문이다. 난이도만 높은게 아니라 코스 길이도 길고, 볼트 사이의 거리도 멀다. 위험한 바위를 오르는 재미가 모기가 주는 괴로움을 뛰어 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냐묵월도 등반 사진이 없다. 너무 열심히 하루 종일 바위만 타다 보니 사진 찍을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기에 너무 많이 물려서 이러다가 타지에서 모기로 인한 고열이나 합병증에 걸리는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모기가 많으니 각오는 해야한다)  

 

 

그리고 다시 다마이 월(Damai wall)

 

등반 여행이 끝나가는 4일째날, 우리는 다시 다마이월을 찾았다. 주변의 난양, 코믹, 냐묵월을 차례로 방문 해 보았지만 역시 다마이월 만큼 멋진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이날은 오전부터 비가 왔다.

비가오면 바위가 미끄러워서 암벽등반은 할 수 없다. 벼락에 맞을 위험도 있다. 실제로 이곳의 소나기는 엄청난 강우량과 함께 천둥 번개가 몰아친다.

하지만 다마이월 중간에는 큰 동굴이 하나 있고, 이 동굴 안에도 암벽등반 루트가 개척 되어 있어서 비가 와도 등반을 할 수 있다. 동굴까지는 철제 계단이 설치 있지만 평상시에는 입구가 자물쇠로 잠겨 있는 듯 하다. 우리는 공원 관리하는 분에게 부탁을 해서 문을 열고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에는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 할랄음식 전문점, 중국 차이나타운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많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힌두교를 믿는 사람이 대부분인 나라이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현지 음식점에서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이건 아주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이다. 등반 후 식사를 하면서 맥주를 한잔 하고 싶으면 대형 쇼핑몰에 있는 음식점을 가거나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으면 된다.


현지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면 잘란 알로 야시장을 추천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매우 유명한 먹자골목으로, 100m 길이의 넓은 길에 좌판이 펼쳐져 있다. 말레이 음식 외에도 태국요리, 칠리크랩, 씨푸드와 닭날개BBQ, 과일 등 다양한 음식이 모여있는 거리다.

 

이곳 쿠알라룸푸르에는 캠프5라는 아주 아주 넓고 멋진 실내 클라이밍센터도 있다. 심지어 캠프5는 시내 한복판 대형 쇼핑몰 안에 위치해 있어서 접근 하기도 좋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곳 때문이라도 쿠알라룸푸는 들려볼 만한 곳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도 몬타렉스 같은 대형 클라이밍 센터가 생겼으니 따로 자세하게 소개하지는 않겠다. 바투케이브 등반 중에 오전부터 비가 와서 등반이 불가능 한 날에 들려 보면 좋을 듯 하다.

 

바투케이브를 포함한 말레이시아의 암벽등반 정보는 <http://www.vertical-adventure.com/rock-climbing.html> 을 참고하면 된다. 

 

이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바투케이브 등반 여행 기록을 마친다. 등반을 다녀온 당시의 생각으로는 말레이시아 등반을 다시 올것 같지 않아서 사진과 등반 일정 후기를 정리하지 않았었는데, 3년이 지나서 이렇게 정리하는 이유는 그 사이에 아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바투케이브 중에서도 다마이월은 아이와 함께 등반하기에 참 좋은 곳이었다. 훗날 아이가 더 커서 함께 등반을 하게 된다면 이 글을 다시 꺼내 읽고 참고해서 등반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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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시에는 걸출한 관광지인 광명 동굴이 있지만, 그 동굴 바로 뒤편으로 아주 멋진 큰 바위 덩어리가 있다는 것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가학산 암장이라 불리우는 이 바위에는 20개 정도의 클라이밍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하지만 개척된지 아주 오래되었고, 탑앵커의 위치도 아주 위험하고, 행어와 볼트가 암벽 등반용이 아닌 건설용 세트앙카볼트로 설치되어 부식이 심각한 상태였다.

이런 이유로 서울에서 가까운 접근성과 넓은 주차장, 그리고 주차장에서 암장까지 아주 짧은 어프로치, 깨끗한 화장실등 너무나 매력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등반 자체가 위험 하다 보니 그동안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것 같다. 

 

한국안전등반협회 윤길수 선생님이 녹슬고 오래된 장비를 철거하고 리볼팅 작업을 하신다고 해서 돕기 위해 따라 나섰다.

 

 

 

 

 

 

 

 

 

 

 

 

 

 

 

 

 

리볼팅 작업을 하는 바위 밑으로는 봄을 맞아 시산제를 올리는 모 산악회 회원들이 보인다.

일회용 접시와 일회용 종이 컵으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다 바위 옆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돌아갔다.

 

가학산 암장이 리볼팅 작업으로 깨끗해 진것처럼, 앞으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변화하기를 바래 본다.

 

 

 

 

 

이렇게 녹슬고 위험했던 등반 코스가

 

 

 

 

이렇게 깨끗한 장비로 교체 되었다.

 

 

가학산 암장 바위에는 누가 해 놓은지 알수 없지만 바위 밑에 페인트로 1번 2번 3번 이렇게 등반 길에 번호가 그려져 있다.

1번부터 16번 사이는 직벽이고, 16번 이후는 바위 옆을 이용해 슬랩 등반 길이 만들어져 있다.

 

이번에 한국안전등반협회에서 리볼팅한 길은 1번에서 16번 사이에 있는 12개를 작업 했다.

그리고 14번 15번 16번 이렇게 3개의 길은 완등 탑 앵커가 하나라 등반 선이 복잡했는데,

이번에 각기 하나씩 완등 앵커를 설치 하고 등반 선을 정리 하면서 등반 길이 하나 추가 되었다.

따라서 14, 15, 16번 옆에 페인트로 번호가 그려져 있지 않은 루트는 17번이 아니라 새롭개 추가된 길이니 혼돈 없기를 바란다.

 

16번 이후의 슬랩 길은 이렇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등반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것 같긴 하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고,

14, 15, 16, 그리고 추가된 새로운 루트는 초보자 용이니 새롭게 암벽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면 좋을듯 하다.

 

봄을 맞아 올해 첫 바위로 의미있는 등반을 다녀와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앞으로 매주 산에 다니는 멋진 한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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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애스트로맨 회원들과 여름 등반으로 경북 울진 불영계곡 집게바위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저녁 11시 출발해서 목적지인 불영계곡 선유정에 도착하니 새벽 3시, 간단하게 야영을 하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등반 준비를 시작 했다. 

 

선유정 옆 길가에서 바라본 불영계곡의 풍경

 

 

아래에 보이는 계곡으로 30미터 하강해야 등반 포인트가 나온다.

집게바위는 선유정 옆 도로를 따라 계곡 물 흐르는 방향으로 조금 걷다가 길가에서 안으로 들어가 30미터 하강을 해야 등반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다. 하강하지 않고 걸어서 내려가는 방법도 있지만 길이 꽤 험해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도로 길에서 하강 포인트 까지 가는 길도 그리 평탄하지 않다. 여름 등반이라고 슬리퍼나 조리를 신고 오는것은 명을 단축하는 길이니 최소한 샌들은 신도록 하자. (내가 슬리퍼 신고 갔다가 퍽 고생을 해서 하는 이야기임)

 

 

 

 

 

여기가 오늘의 목적지 집게바위이다. 코스는 총 15개가 개척되어 있고, 모두 애스트로맨 윤길수 선생님이 개척하셨다.

 

 코스명

 난이도

 볼트수

 길이(m)

 1 굴참나무

 5.8

 4

 10

 2 선유장

 5.10b

 4

 10

 3 주천대

 5.7

 4

 10

 4 격암사당

 5.10c

 12

 30

 5 천량암

 5.10c

 11

 30

 6 주절이

 5.11a

 5

 10

 7 광대코

 5.10d

 5

 10

 8 마고암

 5.11c

 5

 10

 9 벼락

 5.10c

 5

 10

 10 학선대

 5.10b

 5

 10

 11 상서암

 5.10c

 5

 10

 12 용골암

 5.11a

 5

 10

 13 조계등

 5.12b

 6

 10

 14 비천폭

 5.10a

 5

 10

 15 동구

 5.10c

 5

 10

 

코스는 바위를 바라보고 오른쪽에서 부터 1번이 시작된다. 처음엔 쉽다가 왼편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계곡 옆에 있는 가장 왼쪽 마지막 두개 코스가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고 동작도 아주 재미있어서 12번 13번 코스에서 깨진 마음을 달래준다.

 

 

오늘의 등반 장비 단체사진. 장비 중에 가장 신경써서 준비한 것이 저 한 가운데 있는 나루 마스크 암슬리브(일명 쿨토시)와 X1 마스크다.

지난달에 파주 감악산 등반 중에 뜨거운 햇볕은 내 뒷목과 팔을 다 태우고, 태양의 열기를 머금은 바위에서 뿜어 나오는 뜨거운 열기로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암벽 등반을 잘 하려면 바위에 몸이 딱 붙어야 하는데, 여름 등반을 위해서는 추가로 장비를 갖추어야 함을 느꼈다.

특히 오늘 준비한 나루마스크 X1은 여름 전용 마스크로 얇아서 숨쉬기가 편하면서도 자외선 차단은 최대 96%라고 한다. 이쯤 되면 마스크도 등반 장비인 것이다.

  

 

착용을 해보니 쿨토시를 팔에 처음 했을때 만큼이나 놀랍다. 쿨토시를 처음 접했을 때는 여름에 더운데 추가로 옷을 더 입어서 시원하게 한다는 발상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옷을 벗을수록 더 시원한것 이니까. 하지만 쿨토시를 한번 해보면 여름이 끝나도록 벗기다 힘들다.  

X1 마스크도 그런 느낌이다.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숨쉬기가 더 편해다. 더운 공기가 마스크에 한번 걸러져서 들어오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목과 얼굴이 시원하다.  

 

 

같이 등반온 형님의 어깨 위로 부서지는 여름 태양... 여분의 마스크랑 암슬리브도 챙길걸 그랬다.

 

 

 

코스를 개척한 윤길수 선생님등 등반 모습. 언제 봐도 동작이 군더더기가 없고 시원 시원하다. 이번 등반은 바위를 개척한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뜻깊은 등반이었다.

 

 

 

 

 

여름에 이보다 좋은 등반지가 있을까. 바위 재미있고 옆에 시원한 계곡이 흐른다. 아침 일찍 등반을 하고, 해가 뜨거워지는 정오부터 3시쯤 까지는 계곡에서 더위를 피해서 놀다가, 오후에 바위에 그늘이 지면 오전에 마무리 못한 코스를 도전하면 된다. 너무나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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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경보 긴급 재난문자가 올 정도로 더웠던 지난 주말, 나는 애스트로맨 윤길수 선생님과 파주 새벽암장을 찾았다.

예전에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를 취재하러 온 적이 있었다. 출렁다리를 지나서 법륜사 올라가는 길에 운계폭포가 있는데 그 폭포 옆으로 클라이밍 루트가 개척되어 있는걸 보고서 언젠가 선생님과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좋다고 생각했다.

시원한 계곡 옆에서 클라이밍 이라니, 폭염 경보에 어울리는 야외 활동이 아닌가!

 

 

 

 

(예전에 다른 일로 취재했던 감악산 출렁다리와 운계폭포. 저 출렁다리가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전국의 지자체에 출렁다리 건설 열풍이 불고 있다. 여기도 저기도 전국에 레일바이크, 전국에 관광 곤돌라, 이제 전국에 출렁다리...)

 

하지만 오늘의 목적지인 새벽 암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운계폭포 옆에 있는 클라이밍 루트는 겨울 빙벽등반용이라고 한다.

 

 

 

이곳이 오늘의 목적지 새벽암장이다. 새로운 벽을 찾는 사람들 산악회에서 개척한 암벽이어서 줄여서 새벽암장.

네비게이션으로 새벽암장으로 찾으려면 새벽암장이라고 검색하면 나오지 않고 <설마12교>를 입력하면 된다.

설마 12교는 새벽암장 옆에 있는 다리 이름인데, 이 다리 밑으로 계곡이 흘러서 암벽등반을 하다가 다리밑 그늘에서 계곡물에 다리를 담그고 쉴 수 있어서 여름 등반에 아주 좋다. 

 

 

새벽암장 개념도. 오늘의 목표는 10 그레이드인 나그네, 어흥, 착하게 살자, 새우깡, 금진을 모두 하는것. 11B 영부인 도 욕심을 내고 싶지만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등반이라 무리하면 다칠것 같다.

 

 

 

 

 

 10D 등급인 어흥을 오르고 계신 윤길수 선생님의 모습. 선생님은 가볍게 오르셨지만 나는 크럭스 구간의 재밍 동작에서 탈탈 털렸다.

 

 

 

 

금진 10B를 오르고 있는 윤선생님과 고은누나.

 

새벽암장에서 가장 어려운 루트 중에 하나인 새벽1 (12A)를 선등하는 선생님과

 

 

 

 

선생님이 줄 걸어 주신 덕분에 12A 등급을 탑로핑 하는 나. 물론 탑로핑으로도 완등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12가 어떤 맛인지 느껴 볼 수 있었으니. 지금의 내 실력과 근력으로는 바위에서 허리가 자꾸만 멀여저서 한 동작에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기는 커녕 한 동작에서 안정적으로 호흡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러다가 내 살아 생전 12 그레이드를 할 수 있을지...

 

오늘 목표했던 나그네, 어흥, 착하게 살자, 금진은 완등 했지만 새우깡은 먼저 오신 분들이 하고 계시기도 했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결국 해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다음에 새벽 암장을 다시 찾는다면 어흥의 크럭스 동작을 텐션 없이 깔끔하게 완등하는 것과 새우깡 루트를 등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될 것 같다.

 

이번에 처음 찾은 새벽 암장의 느낌을 정리 하자면, 암장이 계곡 옆에 있어서인지 전반적으로 바위가 젖어 있었다. 오후에 바위가 마르고 난 다음에는 등반하기 좋았지만 오전엔 좀 미끄러워서 실제 난이도 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가을 겨울에 바위가 말라서 까실 까실 할때는 등반하기 더 좋을 것 같긴 하지만, 새벽 암장의 매력은 역시 암장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과 설마12교의 다리 그늘이기 때문에 여름 피서용 암장으로 내년에 다시 찾을 것 같다.

 

(그리고 11등급의 루트가 하나밖에 없어서 그것도 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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